이란에서 경제난을 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신정 체제 자체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정권 교체 요구로 번지며, 전국적인 유혈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물가 폭등과 통화가치 급락으로 생존 위기에 몰린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비판하고 있다. 시위는 더 이상 일부 지역의 국지적 저항이 아니라 전국적인 항쟁 양상으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소셜미디어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의 요구는 단순한 경제난 해소를 넘어 정치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일부 시위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왕정 시기의 국가(國歌)가 등장하고, 테헤란 대형 광고판에 왕정에 우호적인 문구가 스프레이로 쓰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는 47년간 유지돼 온 신정 체제에 대한 상징적 거부로, 과거 2009년 대선 부정 논란이나 2022년 히잡 의무화 반대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과 식료품·연료 가격 급등은 상인과 서민층을 거리로 내몰았다. 시위의 출발점은 ‘빵’과 생계에 대한 절박한 요구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체제 전환 요구로 비화했다. 그럼에도 이란 정부는 실질적인 경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보안군은 실탄과 곤봉, 오토바이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저격수가 시위대의 얼굴을 조준 사격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차단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이 어렵지만, 현지에서는 확인된 사망자만 수백 명에 이르고, 미확인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테헤란의 병원과 의약품 창고 인근에 시신이 담긴 자루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줄지어 놓인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간헐적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사회가 이란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히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며 곧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평화 시위를 유혈 진압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해 왔으며, 최근에는 행정부와 군으로부터 군사·외교적 선택지를 보고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미국에 협상을 제안해 왔다고 공개하면서도, “회담이 열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경제 구조의 실패에 있으며, 부분적 개혁이나 단기적 외교 합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 윌리엄 어셔는 “1979년 이후 이란이 맞이한 최대의 순간”이라며, 경제난이 신정 체제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정 체제를 유지하는 한 궁극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정권의 통제력이 회복 불능 상태로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난에서 시작된 분노가 정권 교체 요구로 번지고, 이에 대한 정권의 폭력적 대응이 다시 더 큰 희생을 낳는 악순환 속에서 이란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이 계속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외부 세력이 개입 명분을 축적하게 되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의 현 신정 체제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참고: 본 기사는 공개된 외신 및 현지 보도를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통신 차단과 정보 제한으로 인해 일부 수치와 정황은 추후 추가 검증이 필요할 수 있다.
원문 출처: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