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관세 판결이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구상에 변수 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그린란드 ‘매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를 뒷받침할 무기로 관세 압박을 예고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곧 내릴 판결에 따라 이 같은 관세 전략이 법적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이제 때가 됐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린란드 인수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앞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주요국을 상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6월 1일까지 그린란드 ‘완전한 매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령 자치지역으로, 2019년에도 트럼프가 매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해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역이다.
문제는 이러한 관세 위협의 법적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가와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방대법원이 이번 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발표할 판결에서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통상적인 국제 교역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UBS는 고객 메모에서 “예고된 미국의 관세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가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을 압박하기 위해 내세운 관세 카드가 단기적으로는 사실상 ‘빈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ING의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와 베르트 콜레인 역시 “만약 대법원이 과거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관세 전반에 대해 위헌 또는 무효 판결을 내릴 경우, 트럼프의 최신 그린란드 관련 관세 발표는 효력을 잃게 되며, 그는 다른 형태의 관세나 조치를 찾아야 한다. 이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IEEPA는 원래 국가안보 위기나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법으로, 일상적인 무역 분쟁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판결은 당초 이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연되고 있다. 구두변론 당시 재판관들이 백악관 측 논리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지연을 두고 법원이 행정부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미국 대법원은 사회·경제적으로 파장이 큰 판결일수록 막판까지 내부 조율에 시간을 들이는 관행이 있어, 단순히 결론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독일계 투자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짐 리드 팀은 아침 보고서에서 “법원이 이번 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도 추가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제 관세 관련 핵심 판결은 올해 후반, 늦으면 6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판결 시점이 늦어질수록 시장과 동맹국들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트럼프의 관세 위협 역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실질적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미국 내 한인 사회와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이번 판결은 예의주시할 사안이다.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권한이 제한될 경우, 향후 어느 행정부든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동맹국과의 통상 갈등에서 관세를 남용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대통령 권한이 폭넓게 인정된다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곧바로 관세·수출통제 등 경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린란드 매입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구상 뒤에는, 결국 미국 대통령의 통상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헌법·법치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원문 출처: Fortu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