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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월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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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뉴스헤드라인뉴스비포장도로 회장 된 후 깨달은 도로의 가치와 시민정신

비포장도로 회장 된 후 깨달은 도로의 가치와 시민정신

2026년을 맞아 다시금 도로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

작년 봄, 나는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 약간은 외진 곳으로 이사했다. 이사 당시엔 큰 기대도, 걱정도 없었다. ‘비포장도로 몇 백 미터야 뭐, 어릴 때 시골집도 그랬지’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길이 내가 감당해야 할 도로라는 사실을 안 순간, 나의 평온한 시골 생활은 생각보다 깊은 웅덩이로 빠져들었다.

게다가 내가 이사한 지역은 약 20여 개 농장이 모인 조용한 커뮤니티였고, 몇 마일에 걸친 흙길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도로 협회(Road Association)? 그냥 동네 관리 회의겠지’ 싶었는데, 얼마 안 가 진지한 현실로 다가왔다. 전임 회장이었던 이웃 레이가 어느 날 이메일 하나 남기고 자리를 내려놓았다. “20년이나 했으니 이제 좀 쉴게요.” 그 다음순간, 나에게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흙길과의 전쟁, 그리고 시민정신

사실 처음에는 이웃들에게 좋은 인상도 줄 겸 열심히 해보자 했다. 그러나 내가 진짜로 ‘도로’를 매일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래된 비포장도로는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 가뭄이 들면 모래언덕처럼 변하고, 비가 오면 도랑이 생긴다. 트럭 하나 지나가고 나면 웅덩이가 깊어지고, 나뭇가지와 잡초는 금세 도로를 집어삼킨다. 그래서 난 시간이 날 때 직접 트랙터를 빌려 내가 운전해 도로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마을의 진정한 슈퍼히어로는 따로 있다. 캐나다 출신의 이웃 ‘로드(Rod)’. 이름부터 도로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이 남자는 소형 트랙터부터 대형 그레이더까지, 무슨 기계든 등장시켜 도로 정비를 거뜬히 해낸다. 한번은 길을 지하로 깔고 싶다고 말만 꺼냈더니, 다음 날 거대한 굴착기와 함께 나타날 기세였다. 그가 없다면 나는 일주일에 세 번은 차를 끌어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차를 구하다, 그리고 다시 도로를 보다

운전 중 차가 도로에서 빠져버리는 일도 잦았다. 내 지프 글래디에이터로 페인터 밴을 끌어냈고, 현대 팰리세이드로 아마존 배송 트럭도 구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내 인피니티 QX80으로 열여덟 바퀴짜리 대형 트럭을 잡아끌었던 그날. 운전기사가 “이 차, 사진 찍어야겠네. 진짜 세다!”며 감탄하기까지 했다. 그런 말, 나도 싫지 않다.

가끔은 문득 '이게 정말 내 일상이어야 하나’, 싶다가도, 고속도로에서 안 좋은 포장면을 지날 때마다 나는 그런 도로조차 감사하게 여긴다. 콜로라도의 해발 1만 2천 피트 고개도, 플로리다 키웨스트로 이어지는 해상 고속도로도, 갑자기 기적처럼 느껴진다. 일상 속의 도로들이 실은 얼마나 정성스럽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구조물인지 알게 되면, 작은 불편에 더 관대해진다.

결국 나는 더 이상 ‘도로 위의 드라이버’가 아니다. 이제는 ‘도로 아래의 협동자’가 되어, 차가 아닌 길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 길 위의 모든 행인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건 내가 진짜 '시민’이 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다음에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투덜대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라. 이길은, 누군가의 사랑과 삽질로 유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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