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세상은 ‘기적’을 목격했다. 인간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한 승리를 거두며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순간이다. 그리고 이제,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바둑계는 물론 우리 일상의 이면에서도 너무나 달라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사고방식, 판단력, 전략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다시 돌아볼 시간이다.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대국 이후 바둑은 완전히 새 국면을 맞았다. 이 대결은 기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전통적 인간 사고가 마주한 ‘미지의 알고리즘’과의 충돌이었다. 그리고 그 충돌은 바둑계에 놀라운 트랜스포메이션을 안겨주었다. 알파고는 진화했고, 이후 등장한 알파고 제로는 인간 기보를 아예 학습하지 않은 채 ‘자기 자신과의 대국’으로 기술적 자가학습을 완료하며 인간 바둑을 뛰어넘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서 이끌어낸 역사적인 승리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AI와 공존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프로 기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의 기원과 바둑 도장, 대학 교육 현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바둑 기사들의 훈련 방식은 거의 대부분 AI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전에는 사범의 복기 지도가 정답이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의 판단이 먼저다. 수의 정확도, 흐름에 대한 형세 판단, 승률 계산까지 — AI는 말 그대로 ‘디지털 사범’으로 자리잡았다.
인공지능과 인간 기사 사이의 일치율 분석 또한 연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바둑 기사 한 명 한 명이 인공지능과 얼마나 유사하게 수를 두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대한민국의 신진서 9단. 그의 수는 AI와의 일치율이 평균 37%를 넘는다. 이는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인간이 AI의 전략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흐름은 프로 선수들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모두가 동등하게 AI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선수마다 AI 학습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면서 상위권 선수들의 성장이 오히려 가속화되었고, 하위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AI는 평등한 도구지만, 그것을 다루는 능력은 종종 불평등하다.
다시 이세돌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가 알파고를 무너뜨렸던 78수의 ‘신의 한 수’는 사실 AI의 예측 범위를 교란시키기 위한 전략적 역발상이었다. 즉, 기술을 이기는 방법은 기술이 기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창의력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유일한 승리는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가야 할지를 묻는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이제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다. 바둑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활용하며, 함께 길을 걷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바둑은 그 변화의 최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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