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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월 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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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뉴스트럼프 발언이 촉발한 그린란드 논란과 북극의 새로운 지정학

트럼프 발언이 촉발한 그린란드 논란과 북극의 새로운 지정학

그린란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덴마크 동맹, 나아가 그린란드 주민들의 정체성과 감정까지 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섬인 그린란드는 텍사스의 세 배 크기지만, 국토의 80%가 얼음으로 덮인 혹독한 땅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북극 항로와 군사 전략, 자원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며 미국과 유럽의 이해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공간이 됐다.

그린란드라는 이름은 사실 일종의 ‘브랜딩’에서 출발했다. 덴마크 올보르대 로버트 크리스티안 톰센 교수에 따르면, 10세기 바이킹 탐험가 에릭 더 레드는 아이슬란드에서 추방된 뒤 지금의 그린란드에 정착했고, 985년경 아이슬란드로 돌아가 “서쪽에 푸른 땅이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실제로는 대부분이 빙하였지만, 이 매력적인 이름은 이후 수세기 동안 섬의 이미지를 규정했다. 1814년 그린란드는 공식적으로 덴마크 왕국의 일부가 되었고, 이후 북극 전략의 중심 무대로 편입됐다.

군사·안보 측면에서 그린란드의 가치는 냉전기부터 두드러졌다. 모스크바와 워싱턴을 잇는 최단 미사일 궤적이 북극과 그린란드 상공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가 독일에 점령되자, 미국은 독일군의 선점을 막기 위해 그린란드에 진주했고, 연합군은 이 섬을 폭격기 급유 허브로 활용했다. 전후인 1951년 미국과 덴마크는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기지와 레이더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형식상 덴마크의 주권을 인정하되, 미국이 “정중히 요청”하면 사실상 자유롭게 군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다.

기후변화는 그린란드의 전략적·경제적 가치를 한층 키우고 있다. 빙하가 후퇴하면서 상선과 군함의 항로가 넓어지고, 석유·가스·광물,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원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19세기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입하던 시기부터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여왔고, 1917년에는 덴마크로부터 카리브해의 세 섬(현재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을 사들이는 대신 그린란드에 대한 덴마크의 주권을 인정했다. 영토 매입 시도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떻게든 그린란드를 갖겠다”고 공언하면서 이 논쟁은 다시 현재형이 됐다.

그러나 그린란드는 단지 군사기지나 자원 창고가 아니라, 약 5만7천 명이 살아가는 사회이기도 하다. 인구의 90% 가까이가 이누이트(에스키모) 계열 원주민 후손으로, 공동체 중심의 가치관이 강하다. 그린란드 출신 전 의원 틸리 마르티누센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며, 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사냥으로 식량을 구해 나눠 먹던 문화가 여전히 사고방식에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그린란드인은 미국 편입을 원치 않지만, 반미 정서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치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크다. 마르티누센은 “미국도, 미국인도 사랑한다”며 미국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적인 언사와 ‘매입’ 발언이 이 미묘한 균형을 깨뜨렸다는 점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미국은 물러가라”, “나는 그린란드와 함께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그린란드 국기를 든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했다. 마르티누센은 “80년 동안 좋은 동맹이었기에 이번 일이 더 큰 배신처럼 느껴진다”며, “지금 아이들이 자라면서 미국을 우리가 기억하는 ‘공격자’로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톰센 교수 역시 “덴마크인 대부분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겨왔다”며, 이제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그 친구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나쁜 사람’처럼 비치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영토 매입 논란을 넘어, 동맹국 간 신뢰, 원주민 공동체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북극의 지정학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미국과 덴마크, 그리고 그린란드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냐에 따라, 북극 질서와 나토 동맹의 향방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본 기사는 공개된 영문 기사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검토·번역·재구성한 것으로, 원문의 주요 내용과 수치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출처: C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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